[현장 카메라]주민들 반발에…‘미운 오리’ 취급받는 청년주택

2021-04-21 2



코인 투자는 너도 나도 뛰어든 반면 내 집 한 채 갖는 것은 청년들에게 먼 일이 돼버렸죠.

청년 임대주택마저, 지역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청년들을 미운오리 새끼로 만들고 있습니다.

현장카메라, 권솔 기자입니다.

[리포트]
20~30대들의 주거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전국 지자체마다 청년임대주택 공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.

특히 서울은 통학과 출퇴근이 편한 역세권에 청년임대주택을 짓고 있는데요,

하지만 곳곳에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.

왜 그런 건지 현장으로 갑니다.

서울 중랑구 먹골역, 청년주택이 들어설 부지입니다.

그런데 '환영' 보다 '반대한다'는 현수막이 더 많습니다.

옆 아파트 주민들은, 이격이 5~6 미터 정도여서 서로 집안이 훤히 들여다 보일 것이라며, 사생활 침해를 우려합니다.

[정모 씨 / 서울 먹골역 인근 주민]
"이격거리 30 미터는 해달라는 거죠. (이대로면) 속옷 색깔 양말 색깔, 화장실 왔다갔다 하는 거 다 보이고요."

서울시와 시행사 측은 "마주 보는 세대에 가림막을 설치하면 된다"고 주장하지만, 주민들의 생각은 다릅니다.

[김모 씨 / 서울 먹골역 인근 주민]
"서로 벽만 보고 사는 처지가 되어 버린 거에요."

[정모 씨 / 서울 먹골역 청년주택 인근 주민]
"감옥처럼 그냥 살라는 거예요. 이게 청년을 위한 정책인지. 누구를 위해 하는지 도저히…."

[김모 씨 / 서울 먹골역 인근 주민]
"저희도 다 빚내서 집 다 구한 건데 첫 주택인데, 다 양보하라고 하고 저희한테만 희생 강요하니까 참담하죠."

또 다른 청년주택 부지가 있는 중랑구 묵동에선 주민들이 구청에 반대 의견서를 냈습니다.

[김원걸 / 서울 화랑대역 인근 주민]
"쓰레기 문제, 주차 문제 흡연 문제. 청년주택에서 나온 문제거든요. 대책 없이 서울시에서는 오로지 8만 세대라는 그 목표만 보고…."

"이번에는 7호선 수락산역 인근 청년주택 부지입니다. 지난 1월 건설인가가 났지만, 아직 공사는 시작되지 못하고 있습니다."

[이명진 / 서울 노일초 학부모 대표]
"학교 옆 건물 열 걸음으로 바로 앞이잖아요. (공사) 소음 분진, 균열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…."

지역주민들은 교통영향평가 재검토를 요청했습니다.

입주가 시작된 용산구 삼각지역 청년주택 인근의 주민들은 청년주택이 '10년 뒤 일반 분양될때 발생할 교통난, 주차난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'라고 문제를 제기합니다.

'청년주택'에 대해 막연히 불안해 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.

[남영역 인근 주민]
"저렇게 흉측한 너무 높은 건물이 있다는게 어떤 사람들이 들어올지 기준을 모르니까, 동네 분위기도 무서워지고 혹시라도 괜히..."

반면, 20~30 대들은 적극 찬성하고 있습니다.

[이늘봄 / 청년주택 거주자]
"씻을 공간 누울 공간도 제대로 없는 그러다가, 이런 좋은 기회에 알게 돼서 너무 삶이 안정됐고."

[김수진 / 청년주택 거주자]
"전에 살던 집은 좀 무서웠던 것 같아요. (여긴) 안전한 편이고. 월세도 덜 나가긴해서. 하늘이 보여서 좋은거 같아요."

'미운 오리 취급'에 대한 서운함도 느낀다고 합니다.

[청년주택 거주자]
"청년들이 범죄자는 아니니까 조금 더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그런 마음? 다 자녀들이기도 하고 친척 조카일 수도 있는데…."

청년들의 주거 부담을 덜기 위한 임대주택의 공급, 너무나도 중요한 시도입니다.

그런데 이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주민들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할 겁니다.

상생을 위한 대안 찾기, 서로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.

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.

권솔 기자 kwonsol@donga.com
PD : 김종윤 석혜란